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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세월호 소녀 시점 소설인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성적 대상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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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강동수(58)씨의 최근작 ‘언더 더 씨’가 소설 속 여고생의 ‘젖가슴’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 1월 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언더 더 씨’의 일부 구절이 문제가 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소설 '언더 더 씨'는 강 작가의 3번째 소설집으로 총 7편이 실렸다. 이 가운데 표제작 '언더 더 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 여학생 ‘나’가 바다 밑을 유랑하는 여정을 담았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부분은 화자 ‘나’가 생전 자두를 먹었던 경험을 회상하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고 서술하는 내용이다. 




  네티즌들은 “어느 여고생이 자신의 가슴을 떠올리면서 과일을 먹느냐”며 “나이 든 남자 작가가 쓴 게 티가 난다”고 반발했다. ‘젖가슴’이라는 표현을 쓰는 여고생도 없을뿐더러 ‘자두’에 비유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10대인 화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비판과 “문학으로 포장한 ‘개저씨’(중년 남성을 비하한 말) 감성” 등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화자가 세월호 희생자로 설정된 점이 논란을 키웠다. “위로를 가장한 성희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젖가슴’을 떠올리고 난 후 ‘과육에 앞니를 박아’, ‘입속으로 흘러들던 즙액’ 등 표현을 쓴 것은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때 가능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그것을 여고생 화자의 입을 빌려 어색하게 표현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젖가슴’ 등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강 작가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강 작가는 소설을 향한 비판에 대해 “극렬 편향적인 페미니스트 카페 회원들이 문제 삼았던 모양”이라며 “소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종의 문학적 진혼굿의 개념으로 쓴 소설”라고 적었다. 


  또한 자두를 학생의 젖가슴에 비유한 것에 대해 강 작가는 “무언가를 먹는 기억은 살아있음을 환기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일반적인 장치다. 무구하고 생기발랄한 젊디 젊은 여학생의 생을 상징하는 문학적 장치로서, 단단하고 탱탱한 자두의 이미지를 차용한 거다”라며 “‘젖가슴’이란 단어를 썼다고 야단들인데, 여성의 해당 신체부위를 그 단어 말고 무엇으로 표현하나? ‘젖가슴’이란 단어 자체가 소설에서 결코 쓸 수 없는 금기어라도 된다는 건가? 차라리 국어사전에서 그 단어를 삭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소설이 성경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강 작가는 “소설 본문 한줄 읽어보지도 않고 누군가가 “개저씨 소설이다”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가련하기도 하다. 어떻게 집단의 폭력으로 한작가의 입을 막으려 드는지, 표현의 자유를 목죄려는지 우리 사회의 일각의 반지성주의가 끔찍하다”고 썼다. 


  해당 입장문에는 10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고 강 작가는 입장문을 삭제했다. 페이스북도 비공개 상태이다.






  소설 '언더 더 씨'를 출판한 호밀밭출판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최초 보도한 서울신문과 네티즌의 집단행동을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내용이다.


1. 호밀밭 출판사는 지난 10년 동안 누구보다 여성의 인권과 소수자들의 권리, 문화다양성의 확산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출판사라고 자부한다.

2.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소설을 읽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확신한다.

3. 독자들은 각자의 취향이나 입장이 있기 때문에 해당 작품에 대해 '구리다', '시대에 맞지 않다', '젠더감수성이 떨어진다' 등 여러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문해력 차이에 따라 수용의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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