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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이스턴 선벨트(Eastern Sunbelt) 일자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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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남동부의 테네시와 앨라배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이른바 '이스턴 선벨트(Eastern Sunbelt)'로 불리는 주들은 사상 최저 수준인 3~4%대를 기록하며 '미국판 일자리 기적'을 이끌고 있다. 목화밭 천지였던 이 지역이 글로벌 제조 공장의 중심지로 변신한 비결은 파격적 인센티브에다 주 정부와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만든 친기업적 사회 문화, '반(反)강성 노조 정서'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스턴 선벨트에 입점한 글로벌 제조 업체들이 엄청난 속도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앨라배마


  인구 480만 명인 앨라배마주가 지난해 1년 동안 창출한 신규 일자리만 1만5400개이다. 덕분에 주 전체의 실업률은 올 8월 기준 4.1%. 8년 전 10.3%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앨라배마는 제조 공장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전기·가스 시설 등 기반시설도 공짜로 깔아준다. 홀리 페그 앨라배마주 상공부 차관은 "주 정부가 나서 공공부문에서 인위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주(州) 헌츠빌에는 페이스북이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7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앨라배마주는 투자를 결정해준 페이스북에 10년간 8600만달러(약 1000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합의했다. 페이스북은 100개의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30년 동안 3억달러(약 3400억원)의 세금을 낼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 지역은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함께 미국에서 전기료가 가장 낮아 데이터센터 입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테네시


  테네시주는 법인세 감면뿐 아니라, 외국 기업 직원 자녀들이 테네시주립대에 입학하면 '반값 등록금'으로 우대한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이스턴 선벨트로 몰리는 건 금전적 혜택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2014년 테네시주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공장 설립에 따른 환경 등 관련 규제로 적잖은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들은 테네시주 공무원들이었다. 수시로 현장을 찾은 이들은 공장 건설 진척에 맞춰 필요한 서류를 제시하고 작성법 등을 알려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서류만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와서 직접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테네시주 등에선 제조 공장 건설 때 최대 난제인 지역 주민에 대한 설득 문제도 큰 고민이 아니다. 기업이 법만 어기지 않았다면 주 정부가 기업을 대신해 지역 민원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송에 주 정부가 직접 대응하는 방식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회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지난 5월 테네시주(州) 내슈빌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7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 105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회사의 CEO인 세스 번스타인은 "30개 도시 중에서 내슈빌을 선택했다"며 "내슈빌은 주택가격, 생활비용, 날씨, 인재, 기업 친화적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났다"고 밝혔다. 내슈빌은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미국 아마존의 제2의 본사 유력 후보지로도 거론된다.

  이스턴 선벨트 지역을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전통 제조 기업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 실리콘밸리 등의 살인적인 땅값에 질린 최첨단·금융·IT기업들도 이스턴 선벨트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1300에이커(530만㎡) 땅에 6억달러(약 6800억원)를 들여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데이터 센터(저장 공간)를 짓고 있다. 건설 일자리만 1000여 개가 만들어졌다.


  ▲삼성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볼보 자동차'의 생산 공장이 10월 6월 문을 열었다. 볼보가 미국에 만든 첫 생산 공장이다. 여기서 30㎞쯤 떨어진 노스찰스턴에는 지난달 초 메르세데스 벤츠가 5억달러를 투자해 화물트럭(van) 조립 공장을 돌리고 있다. 석 달 사이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생산 공장을 준공한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볼보와 벤츠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재산세와 소득세, 설비 취득세 등 6개 세금을 면제해 줬다. 이와 별도로 부지 조성과 진입로 신설 등 2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책도 제공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보잉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미국 국제기계항공우주노조(IAM)' 가입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IAM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함께 대표적 강성 노조로 꼽힌다. 하지만 투표는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이 지역들에서는 직원들이 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를 금지하는 '근로권익법(Right to Work)'을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성 노조는 물론 노조 설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 미국법인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미국 공장에서 파업은 없었다"며 "UAW가 노조 조직화를 위해 모임을 열려고 하지만, 참석자가 10여 명에 지나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남동부 지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몰락한 러스트 벨트(디트로이트 등 북동부 공업지역)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조업 중심이 되고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도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제조업을 다시 유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러스트 벨트의 폐쇄된 공장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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